경기둘레길 1코스
거리: 13.6km (매우쉬움)
실제 소요시간: 4시간
몇달전에 우연히 '경기둘레길' 을 알게되어 스템프북을 우편으로 받아두었었어요
두어달은 계속 스템프북만 만지작 거리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만 하다가
그래, 유튜브에 완주 영상을 올리다보면 적어도 중간에 포기하진 않겠지 라는 마음으로
주말에 무작정 카메라들고 김포로 갔습니다 😝
제가 사는 수원에선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김포공항 리무진을 타고 공항까지 갔다가
공항에서 대명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갔어요
주말 아침이다보니 공항에서 버스를 탔을땐 손님이 저만 있었는데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니 만원버스라 느낌이 이상하더라구요
'대명항이 이렇게 인기 명소 인가..?' 라고 계속 의아함을 갖고 있다가
버스에 내려서 우르르 사람들을 따라가니 해병대 문화축제 행사가 있더라구요
하지만 버스타고 2시간을 온 저는 너무 배가 고파서 일단 밥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ㅋ
아침 9시에 회를 먹는게 부담스러워서 유일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김포함상공원 입구 바로 앞에 있던 '다물도 해물뚝배기'로 들어갔어요
개시손님이 1인이라 주인분이 싫어하진 않을까 눈치보며 들어갔는데
너무 반갑게 맞아주시고 설명도 친절하게 해주셔서 감동 ㅠ
밥을 먹고 김포함상공원으로 들어갔더니 행사때문에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초대가수들이 많이 오던데 남아서 보고싶단 유혹을 느꼈지만
계획대로 운봉함을 보러 갔어요
원래 입장료가 1,000원 있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날은 행사때문인지 무료로 들어갔어요
운봉함은 2차대전때 미국에서 만들어져, 오키나와 상륙작전에도 참가했었고
1955년 미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인계되어 월남전에도 참가한 백전노장 같은 상륙함이었어요
우리를 위해 싸워준 고마움을 담아 마음속으로 경례를 하고 내부로 들어갑니다
내부에는 운봉함의 역사와 국군 홍보 영상, 무기나 실물레이션 게임등
교육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잘 꾸며져 있어요
그리고 배 구석구석 들어가서 볼 수도 있고
갑판에는 쉴 수 있는 공간도 있어서 진짜 알차게 잘 되어 있더라구요
우리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한 퇴역함을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1시간정도 운봉함을 돌아보고 경기둘레길을 걸으러 갔어요
너무 사전조사 없이 무작정 왔더니.. 경기둘레길과 평화누리길 코스가 겹친다는걸 여기서 알게 됐어요
진작 알았으면 평화누리길 스템프도 같이 찍는건데..
아쉬워하다 나중에 다른 계절에 또 걸어보자며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훗날을 기약했습니다
처음 코스를 걷기 시작해서 놀란게 길 옆에 있는 철조망이었어요
1코스 대부분이 군사작전 지역이라, 이렇게 철조망을 따라 계속 걷는다고 생각하면 돼요
중간중간 초소, 훈련시설도 있고, 6·25때 사용했을거 같은 시설들을 보면 전쟁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떠올라요
출발하기전 운봉함에서 울컥하며 봤던 자료들도 생각나서
걷는내내 현재 평화의 소중함과 감사함이 드는 길이었어요
자료로만 볼땐 그냥 머리로만 이해했는데 직접 현장에서 보니 현실감이 다르더라구요
이래서 평화누리길 이구나~ 하면서 참 잘 만든 코스란걸 느꼈습니다
코스를 따라 걷다보면 '덕포진' 이라는 유적을 만나게 되는데요
언제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조선 현종때부터 기록에 나온다고 해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때 이곳에서 치열한 포격전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경치도 좋고 정비도 잘 되어있어서 피크닉으로 많이 오시는 곳 같아요
본격적인 숲길이 시작되면 드문드문 지나치던 사람들도 사라지고
인적없는 길을 혼자서 걸어가게 돼요
11월 초에 걸었던거라 날씨도 따뜻하고 햇볕도 좋고,
가을 낙엽 가득한 숲길 옆으로 임진강이 잔잔하게 흐르니까
멋진 풍경속의 고요함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더라구요
분명 좀 전까지만 해도 시끌시끌한 도시였는데 이런 곳이 있다는게 신기해요
처음 걷는거라 몸은 많이 힘들긴 했지만
그만큼 잡생각이 없어지고 주변이 훨씬 크게 와닿아서
내 안 깊숙이 숨어있던 감성이 다시 살아아는 기분이에요
걸은지 2시간쯤 되면 코스 딱 중간 지점쯤 '쇄암리쉼터'가 있는데 여기에 화장실도 있어요
경기둘레길을 걷다보면 가장 신경쓰이는게 화장실인데
일단 1코스는 2시간 간격을 두고 화장실이 있어서 이부분은 걱정할게 없습니다 ㅎㅎ
출발 4시간쯤 될 때 저멀리 문수성이 보입니다
아직 체력이 단련되지 않아서 마을길을 들어선 이후로는 머리속에 온통
'언제 끝날까..' 라는 생각 뿐이었는데 멀리 보이는 문수성이 얼마나 반갑던지요
1코스 도착 스템프까지 찍고 나서는 걸을 힘도 없어 주저앉아 버렸어요
경기둘레길을 걷기 전엔 너무 힘들거 같아 나는 절대 중도포기해 버릴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물론 고작 '1코스'일 뿐이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스스로 너무 대견했어요
이미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게 까마득하기도 했지만..
오늘 배우고 느낀것들을 모른다는건 너무 손해인데? 도전하길 정말 잘했다!
라는 마음으로 경기둘레길 1코스를 마무리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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